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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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는 이런 장이 처음이야

2026.10.23 · 개인사

구두닦이 소년도 주식에 대해 얘기하는 때가 오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팔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시장이 과열되어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다. 2026년 여름, 주말에 카페로 나가면 모두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얘기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반도체 주식 얘기를 했다. 부동산 불패의 대한민국에서 건물을 팔아 주식을 샀다. 최근 한 해 동안 우리는 역사책에 수록될 주식시장을 경험하고 있던 것이다.

뉴욕 월스트리트 건물 사진

주린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주식과 어린이를 합쳐 주식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주린이다. 투자를 안 하면 거지가 된다는 식으로 표현되던 인플레이션 개념에 대해 듣고는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그때는 코로나 충격으로 전 세계가 금리를 내리던 시기다. 주식이 매우 크게 상승했던 그 시장을 기억하는가? 역사적 대폭락 후에 그걸 메꾸고도 남는 상승장이었다. 주린이가 만약 그 상승세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지 않고 우물쭈물했다면 이후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함께 오르지 못했던 그 폭을 다음엔 꼭 함께 오르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아주 적은 수익만 얻은 주린이라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고.

직장에서 바쁜 사진

주식에 대한 관심은 시장에 참여했다가 손해를 보며 시들해졌다. 직장에서 바빠서 그랬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실상은 미국 주식을 샀다가 금리 상승 시기에 고점에서 물렸기 때문이다. 레이 달리오의 4계절 포트폴리오를 잠깐 접하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우량주는 조금씩 상승만 하는 줄 알았는데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차트를 쳐다보지 않고 장기투자라며 스스로를 달랬고, 이자율도 높으니 적금도 들었다. 돈을 넣으면 수익이 보장된다니,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달콤함이다. 심리적인 회복이 필요했나 보다. 그러다 갑자기 계엄도 터졌고, 이런 세상에 미국에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사진

정권이 바뀐다면 억울한 일만 넘쳤던 한국의 주식시장, 일명 '국장'에 훈풍이 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정부가 금융 관련해서 뭔가를 한다고 말하면 주식이 오른다는 걸 코로나 상승으로 이미 학습해봤기 때문이다. 경제나 주식 종목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시장에 참여하면 피부로 와닿는다. 그래서 처음으로 국장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기대감으로 차트가 상승해 있었다. 코스피 지수가 얼마까지 갈 거라는 대통령의 말은 허세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까마득한 기간 동안 박스권을 전전하던 코스피가 모든 불신의 천장을 뚫어버리며 오르기 시작했다. 출근길 광역버스 안에서 나도 뚫어져라 매수 버튼을 쳐다봤다. 코로나 때 놓쳤던 상승 기회를 이번엔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반도체 사이클 사진

2025년은 모든 사건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재생됐던 극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 다니던 회사에서는 AI를 전사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금이 몇 억이라는 소문이 들썩였다. 대기업들의 파업과 협상 타결 소식이 이어졌다. AI 회사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높으신 분들을 만나고 다녔다. 모든 유튜브 경제 채널에서 상법 개정과 주주 이익에 대한 정상화를 부르짖었다. 트럼프가 관세로 모두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연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 가격은 각각 12만 원과 65만 원. 그러고서 새해가 밝았다.

하락하는 그래프 사진

무더운 날도 다 지나간 현재에 들어서 주식을 얘기하지 않는 구두닦이만 남았다. 광기가 휩쓸고 간 시장 속에서 쫄보 주린이인 내 투자 성적표는 어땠냐고? 반도체 종목 샀다 팔았다 반복 끝에 '찐찐찐최종' 코스피 적립식 투자로 선회, 그러나 이를 비웃는 반도체 수요 사이클 종료와 7월 역사적 폭락. 좌절과 냉소의 시기를 거쳐 멘탈이 탈탈 털렸지만 누군가에겐 기회였을 걸 안다. 8월부터 이어진 개별 종목 상승분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번에는 전력 부족이 주요 키워드구나. 그렇지만 이제 새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 참여할 돈도 심적인 에너지도 고갈이 났나 보다.

요동치는 주식장과 걸그룹 리센느의 유튜브 조회수 천만 달성은 대한민국의 2026년을 대표하는 가장 극적인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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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도 괜찮은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