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1

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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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더 이상 프로가 아니에요

2026.10.21 · 개인사

내 아이폰 14프로가 점점 저전력 모드 없이는 반나절을 못 버티기 시작했다. 4년을 쓴 거면 오래 쓴 거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훨씬 옛날 기종으로 마치 세종 때 황희 정승처럼 늙은 폰을 굴리는 주변 지인들도 있긴 하다. 그래도 내가 사용하며 불편하면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반도체 공급 이슈로 연이은 애플 제품 가격 인상 소식에 기존 제품도 가격을 내리긴커녕, 오히려 올릴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곧 현실이 됐다. 게다가 새 제품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떴으니 보상판매 혜택이 낮아지기 전에 바꾸기로 결정했다.

아이폰 프로 후면 사진

새 폰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진 지 오래다. 가격 상승 대비 기술 향상이 저조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새로 출시되는 18시리즈는 그래서 내 선택지에 없었다. 그동안 휴대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했던 조건이 있었고, 아이폰 프로 라인을 사용하며 더욱 선명해졌다. '나는 아이폰 프로를 프로처럼 쓰지 못한다'가 내 결론이다. 모든 사람이 꼭 프로답게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성능에 걸맞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프로의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

아이폰 14시리즈부터 적용된 다이나믹 아일랜드 사진

과거 아이폰 14프로를 구매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120Hz 주사율의 부드러운 화면 움직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그 부드러움이 프로에만 적용됐다. 그리고 기존 아이폰의 상단 'M자 탈모 라인'이 아닌 다이내믹 아일랜드 형태가 처음으로 채택됐던 게 14프로였다. 유려하게 변형되는 상단 인터랙션을 얼른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프로 라인을 선택했던 거였다. 14프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번 아이폰 17부터는 프로 라인이 아님에도 120Hz 주사율이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이미 진즉에 적용된 기능이다. 애플은 이제 모바일 폰이라면 120Hz는 기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폰의 주사율은 사용 환경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말이다. 나에겐 프로를 고수할 큰 이유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아이폰 기본 카메라 1배율 스크린샷

아이폰 프로의 특장점은 카메라다. 물리적으로 렌즈 3개 있는 카메라는 더 세밀한 사진 연출이 가능한 게 당연하다. 프로와 기본 라인의 카메라 성능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걸 안다. 문제는 4년이 넘는 프로 사용 기간 동안 그렇게 전문가처럼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렌즈가 더욱 커지고 정교해져도 결국 나는 대부분의 일상에서 기본 카메라 배율 1x에 두고 셔터를 눌렀다. 영상 촬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 매장에서 새 아이폰 데이터 옮기는 사진

홍대에 있는 애플 매장으로 가서 미스트 블루 색상의 새 기기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이제 옛날만큼 기쁘진 않다. 전자기기를 구매해서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던 마지막은 언제였을까? 분명 최고 성능의 제품을 먼저 구매해서 이것저것 뜯어보고 어떤 게 좋은지 탐구하는 기쁨이 과거엔 있었다. 새 제품에 흥미가 덜한 이유는 제품 자체의 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말한다. 사실 어쩌면 내가 늙크크가 되었기 때문에 권태감이 커진 걸지도 모르겠다.

재밌게도 며칠 뒤 새로 공개된 아이폰 듀오의 기기 펼치는 영상은 또 임팩트가 컸다. 맙소사 가격도 아주 인상적이다. 프로도 아닌데 듀오는 더더욱 되지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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