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30

개인사

아이템

쏘카 모델 Y로 부산까지

2026.10.30 · 개인사

쏘카로 테슬라 모델 Y를 빌려 일산에서 부산까지 1박 2일로 다녀왔다. 왕복 주행거리 960km. 롱레인지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에 왕복하며 급속 충전 5회, 숙소 완속 충전 1회가 필요했다. 테슬라 슈퍼차지는 이용하지 않았다.

쏘카는 단거리, 장거리 이동 둘 모두에 잘 활용한다. 내역을 살펴보니 쏘카로만 총 1만 킬로 넘게 운전했더라. 요즘은 특히 쏘카 전기차가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2026년 현재 쏘카 전기차는 주행 거리 비례 요금을 청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얼마 전 쏘카는 테슬라 모델 Y와 BYD 아토 3를 신규 도입하는 등 전기차 운행 대수를 더 늘리고 있다. 최근 부산에 일이 있어 쏘카로 기아 EV6를 예약했더니, 테슬라 모델 Y로 무료 변경을 해준다고 제안하더라. 이 기회에 테슬라 차량을 경험하고자 냉큼 승인했다.

쏘카 앱 서비스 스크린샷 1

쏘카 앱 서비스 스크린샷 2

테슬라도 처음, 부산까지도 처음

큰 고민 없이 결정한 만큼 걱정도 몰려왔다. 테슬라는 처음인 데다 가솔린 차량으로도 부산까지 운전해서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예약 차량인 EV6는 롱레인지인 데 반해 모델 Y는 롱레인지 모델이 아니었다. 아뿔싸, 안일하게 생각했던 걸까? 급하게 테슬라의 기본적인 특징과 주행 거리 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도로 경유지를 찍어가며 전기차 충전 계획을 세웠다. 한편으로는 궁금해졌다. 가는 도중에 몇 번을 충전해야 부산에 도착할까?

테슬라 모델 Y RWD 도착

테슬라 모델 Y RWD 손잡이

출발 날짜가 다가와서 배달 받기로 한 주차장에 가니 검정색 모델 Y가 도착했다. 쏘카의 테슬라 모델 Y도 기존 쏘카 서비스와 동일하게 앱을 통해 문을 열고 닫도록 되어 있다. 특별한 시동 키나 버튼 없이 브레이크만 밟아도 주행 준비가 된다니 처음 겪으면 이런 게 다 신기하다. 모델 Y 후륜구동 모델은 구글 검색 기준 주행거리 400km 정도라고 나온다. 출발해서 일정 거리를 운행해보니, 보수적인 충전 계획을 고려하면 체감상 340km 정도라고 느껴졌다.

07:00 일산 킨텍스 출발

배터리 74%

테슬라의 순정 내비게이션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 불평을 좀 했다. 특히 어디에서 빠져야 하는지 감을 잡는 게 오래 걸렸다. 쏘카 모델 Y는 자율주행 같은 건 없다. 국산 내비게이션처럼 과속 단속 카메라 알림도 없어, 음성 알림이라도 들으려고 급하게 카카오내비 앱을 받아 안전주행을 켰다. 아무래도 다음에는 거치대를 따로 챙기는 게 좋겠다. 테슬라 내비는 강변북로를 거쳐 하남에서 중부선을 타게 했다. 출근 시간이라 꽉 막혔다.

09:30 하남IC 진입

배터리 60%

올림픽대교를 건너 서하남IC를 거쳐 하남IC로 진입했다.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평일 출발인데 대체 다들 어딜 가는 건지 도로가 꽉 막혔다. 광주원주고속도로를 통해 진입한 홍천이포IC는 헬게이트였다. 사고라도 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하이패스 차로가 고장이 난 거였다. 세상에나. 진입로는 유인수납차로 하나뿐이었다.

10:00 부산행 첫 번째 급속 충전⚡️ 서여주휴게소

배터리 54% → 96%

서여주휴게소에서 급속 충전

기존 충전 계획보다 더 이르게 충전이 필요해져 마음이 초조해졌다. 서여주휴게소에 도착할 때쯤 배터리는 벌써 50%대였다. 쏘카 모델 Y도 완속, 급속 충전 어댑터를 모두 제공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초급속 충전도 처음이라 우왕좌왕했다. 서여주휴게소 창원방향 충전기는 워터(Water)라는 브랜드로, 초급속 3대, 급속 1대가 있다. 그런데 워터라는 브랜드 이름은 아무래도 헷갈리게 하는 이름이다. 처음 봤을 땐 수소차 충전소인 줄 알았다. 96%대까지 충전하는 데 40분 정도 소요됐다.

14:00 부산행 두 번째 급속 충전⚡️ 경주휴게소

배터리 46% → 90%

경주휴게소에서 급속 충전

열심히 달려 어느덧 경주에 다다르니 다시 배터리는 40%까지 소진됐다. 롱레인지 모델이 아니라 확실히 금방 충전이 필요해졌다. 30분 정도 추가로 충전해서 90%까지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재차 충전을 해야 해서 번거롭긴 했고, 부산까지 차로 가자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준 동행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낡고 그만큼 친근했던 경부선을 달리니 기분은 좋았다.

15:30 부산시립미술관 도착

배터리 82%

부산시립미술관 도착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근처에는 급속 충전소는 찾지 못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 주차장에서 완속 충전을 하기로 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광안대교 근처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단지를 지나게 됐다. 여기 가로수길이 아주 근사해서 기억에 남았다.

18:00 한화리조트해운대 지하주차장 완속 충전⚡️

배터리 74% → 다음날 100%

한화리조트해운대 지하주차장 완속 충전

숙소에는 지하 주차장에 완속 충전기가 5대가 있는데, 저녁 시간임에도 운 좋게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충전을 시켜놓고 이후 저녁 약속에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저녁에 방문했던 와인바에 대한 글은 여기.

다음날 13:30 일산행 첫 번째 급속 충전⚡️ 양산휴게소

배터리 86% → 100%

해운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경부선 서울 방향으로 진입했다. 중간에 화장실 이슈로 양산휴게소에 들러 더 채워줬다. 어쩌면 그냥 인체 생리 현상에 맞춰 전기차도 충전해주는 게 충전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것보다 스트레스는 덜하겠다. 고속도로 충전 인프라는 잘 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역시 지방 충전소 인프라겠지?

18:00 일산행 두 번째 급속 충전⚡️ 단양팔경휴게소

배터리 33% → 92%

양산휴게소에서 출발해 안동을 들렀다가 단양팔경휴게소까지 다다르니까 배터리가 30%대로 줄어들었다. 250킬로를 달렸으니 얼추 계산이 맞았다. 고속도로 충전 이틀 차에 접어드니까 슬슬 익숙해져서 그런지 조금 남았던 충전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졌다.

20:00 일산행 세 번째 급속 충전⚡️ 홍천강휴게소

배터리 50% → 100%

홍천강휴게소에서 급속 충전

집까지 도착하고도 배터리 잔여량을 넉넉히 하고 싶으니, 역시 한 번 더 충전을 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홍천강휴게소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우리가 마감 직전 마지막 손님이었다. 이제 밤에는 더위가 덜한 시기라 귀뚜라미 소리가 가득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

22:00 일산 킨텍스 도착 그리고 총평

배터리 71%

일산-부산 테슬라 모델 Y RWD로 왕복한 경험을 총평해본다면, 할 만했다. 미리 각오하고 출발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유튜브 채널 'Carwow'처럼 전기차가 멈출 때까지 주행거리로 끝장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꽤 즐거웠다. 부산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하늘과 계절 정취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충전기 화면

물론 앞으로 롱레인지 모델이 아닌 전기차로 부산까지 가는 건 더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충전을 자주 하는 게 반가울 리가 없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충전량을 확인하며 계속 시간에 쫓겼던 게 특히 아쉬웠다. 여행 기간 동안 충전 시간으로만 4시간을 소모한다면 목적지에서 즐길 시간은 부족해진다.

테슬라 순정 내비는 명백한 결점이다. 모든 기능이 탑승자의 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성됐지만 정작 주행을 위한 진로 정보가 불분명했다. 테슬라가 다른 외제차들과 궤를 같이하지 않으니 불편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자율주행을 제외한 것들은 굳이 한국 사정에 맞추지 않으며 미래에는 직접 운전도 사라질테니 진로 안내를 더 개선할 필요는 없다는 걸까? 아쉬웠다.

그럼에도 처음 겪은 테슬라 모델 Y의 전체적인 운전 경험은 신세계였다. 어째서 모델 Y가 국내 판매량 1위를 찍었는지 실제로 몰아보니 알았다. 버튼 몇 개 없는 점, 큰 화면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한다는 쾌적한 특성이 신기했다. 뭔가 미래적인 것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괜히 으쓱해지는 느낌도 든다. 주행 시작 전까지는 학습이 따로 필요했던 게 사실인데, 그래봤자 승용차라 결국 금방 적응한다. 승차감도 우려했던 것처럼 심하게 불편하진 않았다.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테슬라부터 고려할 것 같다.

개인사

조금 늦어도 괜찮은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