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개인사

컬쳐

이걸 이제야 뒤늦게 봤다

2026.10.27 · 개인사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공식 스틸컷
붉은 돼지 1992 Hayao Miyazaki/Studio Ghibli, NN (출처: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사이트)

재밌다고 유명하다고 사람들 입에서 자주 옮겨다니는 작품들을 그때는 안 보고 꼭 뒤늦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근데 사람들이 다 좋아하니까 나는 안 좋아하겠다는 심보는 아니다. 사실 이미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었어서 뒤늦게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유행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시기에 맞게 당장 즐길 필요는 없지 않나. 어느 누구건 나처럼 청개구리 심보가 있을 것이다. 나만 그래? '이걸 이제야 본' 나의 콘텐츠 섭렵 뒷북의 역사를 소개해본다.

드라마 '도깨비'

tvN에서 도깨비가 방영되던 무렵, 모두가 공유 아저씨의 행보에 들썩였다. 배우 공유의 수트핏이 어땠고, 저승사자가 사실 누구였고, 김고은은 칼이 보인다면서 말이다. 원체 드라마를 자주 챙겨보질 않았으니 주변인들의 스몰토크에 끼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일이 잦았다. 드라마 도깨비는 유행이 다 끝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몰아서 봤다. 지인들도 뒤늦게 열광하는 내 모습에 한동안 어이없어했더랬다. 극중에서 공유가 까불거리는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영화 '타짜'를 재밌게 봐서 그런지 배우 조승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검사 역할로 "나 대한민국 검사야!"라는 대사를 뱉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검사 캐릭터에 대한 편견만 쌓여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시간이 흘러 우연한 기회에 '비밀의 숲' 하이라이트를 봤다. 극중 황시목 캐릭터와 조승우의 연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극중에서 이창준을 연기한 배우 유재명의 섬세한 연기에도 눈이 갔다. 드라마를 정주행을 시작했고 한동안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비밀의 숲 장면들로 도배가 됐다. 지켜보던 지인들도 그 작품을 이제야 봤냐고 타박하더라.

영화 '매트릭스 트릴로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고 특유의 액션 장면들도 너무 유명하다. 어렸을 때 영화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총알 피하는 액션 신을 봤던 게 기억에 남았다. 그럼에도 매트릭스를 성인이 되어서까지 보질 않았다. 아무래도 SF장르에 흥미가 동하지 않았나 보다. 그러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연이 배우 휴고 위빙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가 매트릭스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랜다. 매트릭스는 그래서 정주행했고 지인들에게 신나서 매트릭스에 대해 아는 척도 하고 그랬다.

영화 '스타워즈'

'내가 니 애비다'라는 명대사는 영화가 아닌, '타바코쥬스'라는 펑크 록 밴드의 노래 때문에 알았다. 그러니까 이미 나는 스포를 당하고 시청을 한 셈이다. 스타워즈가 국가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신화와 같은 작품이고 다스베이더가 악역인 것도 알고 봤다. 다스베이더의 등장 음악도 워낙 광고에 많이 쓰여서 잘 알고 있다. 옛 영화 스타워즈는 좀 더 어렸을 때 봤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어린 소년에게 모험심을 부풀게 할 요소들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 공개되는 작품들에 올드팬들이 왜 연이어 실망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여러분 지인들 중에도 해리포터 광팬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도 1편을 재밌게 시청했다. 판타지 학교로 모험을 떠난 소년의 입장에서 몰입하기 좋았다. 사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개봉일을 살펴보면 내가 초등학생 때 1편이 개봉했고 성인이 되어서 마지막 편이 개봉했다. 그러니까 해리포터 시리즈의 삼총사와 나는 같이 컸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빌런과 싸우며 완결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가 내 입시 준비 시기와 겹쳤다. 완결된 스토리에 다시 관심을 쏟을 기회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어렸을 적에 봤던 영화 반지의 제왕 1편에서 주인공 호빗인 '프로도'를 비롯한 주역들이 왜 못된 놈들에게 쫓기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빌런들이 무서웠던 겁쟁이였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않았었다. 쫓아오는 녀석들이 '나즈굴'이며 어떠한 설정이 있어서 프로도를 추적하는지 최근에야 알았다. 요즘은 그런 스토리들을 요약해서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들이 많다. 참 좋은 세상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개봉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3편까지 정주행을 완료했다. 그리고 교보문고로 가서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대해 설명하는 '실마릴리온'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근데 이 책 너무 두꺼운데.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이름은 전부 들어봤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등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간첩도 알고 김정은도 알 거다. 그런데 본 적이 없었다. '하쿠'라는 캐릭터가 유명하다고 다들 호들갑을 떨어도 '가오나시'로 코스프레를 해도 잘 모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최근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작품들을 개봉한 순으로 감상하고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걸작이었다. 아직 센과 치히로 중에 누가 행방불명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조만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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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도 괜찮은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